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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리와 시읽기_좋아하는 시 저장소

푸른 밤, 나희덕

소소리-바람 2020. 10. 28. 02:42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 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이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내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어때?
이정도면 찔끔 눈물이 나겠지?

너무도
상적인 시는
멀리하려는 편인데, 가을이 문제다.
가을이어서 이런 시가 마음에 콕 박힌다.
하루종일 읽고 또 읽고 외우고 싶은 시를 만났다.



 

 

 

 

내일의 내가 걱정되면서도 잠들지 못하고 있는 밤.
사실 잠들기 싫은 걸지도. 오늘이 가버리는 게 아까워:
뭔가 뿌듯한 일들을 하지도 못했고, 나로서 내가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 혹시나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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