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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혼했어요

소소리-바람 2021. 1. 6. 19:11

우리이혼했어요, 이하늘,
이런 류의 프로그램을 일부러 보지 않으려 했던 적도 있는데, 이하늘은 충분히 궁금했더랬다. 논픽션을 표방하면서 꾸며진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하늘은 그런 거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부차적인 것이고 이들이 인생을 걸고 하는 이야기들은 결코 꾸며낸 거짓일 수가 없는 논픽션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십년이 넘는 연애끝에 결혼을 했고 얼마 살지못하고 이혼을 했고 그리고 그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재회한다. 이것은 사실보다 더 질기다.
그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만났고, 앞으로도 만날 것이고, 그럼에도 재혼하지는 않을 것이다.
7화에서 여자는 말한다. 견디기 위해서 싸우고 상처를 주고 받은 순간을 계속해서 곱씹고 되새겼으며 그리하여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남자는 말한다. 왜 싸웠던 건지 다 잊었다고. 이 지점에서 둘의 간극은 깊은 사랑과 서로에 대한 정으로도 결코 사라지지 못할 것이 된다.
이 둘은 절대 다시 합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을 의지하고 인생을 맡긴(페미니즘적관점에서이표현들을아주거슬려하는사람이문득. 왜이렇게나는깊이영향을받는걸까.) 여자를 떠나보낸 순간 더이상, 남자에게 여자는 더이상 다른 어떤 가치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아닌 게 된다. 결국 어떤 다른 가치를 위해 서로에게 분명 소중한 존재임에도 헤어지게 되었고 그 시간들은 앞으로도 해결되지 못한채 계속될 것이다.
추억을 곱씹는 여행은 계속된다. 추억이 담긴 장소들을 여행하는 것은 과거에 담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과정이고 그걸로 끝이다.

이들의 여행에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이것이 세월이고 인생인가.
이런 게 인생이라면 어딘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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